"충치가 신경 가까이 갔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엑스레이를 보던 치과의사가 "충치가 꽤 깊어서 신경 가까이까지 갔네요"라고 말하면, 많은 분이 곧바로 신경치료를 떠올립니다. 신경치료는 여러 번 내원해야 하고, 끝난 뒤에는 대개 크라운까지 씌워야 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치료입니다. 그래서 "깊다"는 말과 "신경치료"라는 말 사이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이 부분의 치료 기준은 꽤 크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충치로 물러진 부분을 신경 바로 앞까지 남김없이 긁어내는 것이 원칙이었다면, 지금은 신경 가까운 쪽은 일부 남기고 위를 단단히 막는 방법이 국제 권고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변화를 만든 임상시험과 체계적 고찰을 바탕으로, 어떤 충치에서 이 방법을 쓰고 어떤 경우에는 쓰지 않는지 정리합니다.
완전 제거와 선택적 제거는 무엇이 다른가
충치 치료에서 "얼마나 긁어내느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 완전 제거 — 물러진 상아질을 신경 쪽 바닥까지 모두 제거한 뒤 메웁니다. 얕은 충치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깊은 충치에서는 긁어내다 신경이 드러날 위험이 커집니다.
- 선택적 제거(부분 제거) — 가장자리 벽은 단단한 상아질까지 깨끗이 정리하되, 신경과 맞닿은 바닥 쪽의 무른 상아질은 일부 남기고 그 위를 한 번에 막습니다.
- 단계적 제거 — 처음에는 일부만 제거하고 임시로 막아 두었다가, 몇 달 뒤 다시 열어 남은 부분을 제거하고 최종 충전을 합니다. 내원이 두 번으로 나뉩니다.
국제 우식 합의 협의체(ICCC)는 2016년 권고안에서 충치 조직을 제거하는 목적을 "오래가는 충전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신경 가까이 있는 세균 오염·탈회 조직은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신경이 살아 있는 깊은 충치에서는 신경 건강을 지키는 것을 먼저 고려하라고 권고했습니다(Schwendicke 2016).
남겨 둔 충치가 다시 번지지 않는 이유
"충치를 남겨 두면 안에서 계속 썩지 않느냐"는 걱정은 자연스럽습니다. 충치는 입 안 세균이 당분을 먹고 만든 산이 치아를 녹이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계속되려면 세균에게 영양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바깥 가장자리를 단단한 상아질까지 정리하고 그 위를 빈틈없이 막으면, 안쪽에 남은 세균은 영양 공급이 끊겨 활동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방법의 핵심은 "얼마나 남기느냐"보다 "얼마나 확실하게 막느냐"입니다. 권고안도 충전이 필요한 경우의 우선순위를 건강한 치아 조직 보존, 확실한 밀봉, 신경 건강 유지, 충전물 수명 순으로 제시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가장자리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 방법의 장점이 사라집니다(Schwendicke 2016).
신경이 드러나면 왜 불리한가 — 덴마크·스웨덴 임상시험
깊은 충치에서 신경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북유럽 6개 기관이 함께한 무작위 임상시험이 잘 보여 줍니다. 상아질의 4분의 3 이상까지 충치가 진행된 성인 314명을 두 군으로 나눠, 한쪽은 한 번에 완전히 제거하고 다른 쪽은 단계적으로 제거했습니다. 단계적으로 제거한 군에서 치료 중 신경이 드러나는 비율이 11.4%포인트 낮았고, 1년 뒤 신경이 살아 있고 뿌리 끝 염증이 없는 성공률도 11.7%포인트 높았습니다(Bjørndal 2010).
같은 연구에서 신경이 드러난 58명에게는 신경을 덮는 처치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 시행했는데, 1년 넘게 지난 뒤 신경이 건강하게 유지된 비율은 두 방법 모두 30%대에 그쳤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신경이 드러난 뒤의 예후가 나쁘다는 점을 근거로, 깊은 충치에서는 신경 노출을 피하는 방식이 권장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한 번에 막을까, 두 번에 나눌까 — 브라질 5년 임상시험
그렇다면 단계적 제거처럼 두 번에 나눠야 할까요. 브라질 두 지역 대학이 진행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은 이 질문에 답했습니다. 상아질의 절반 이상까지 진행된 깊은 충치가 있는 큰어금니 299개를 대상으로, 한 번에 부분 제거 후 바로 충전한 군과 두 번에 나눈 단계적 제거 군을 비교했습니다. 대상은 찬물 검사에 반응하고, 저절로 아픈 적이 없고, 두드려도 아프지 않고, 뿌리 끝 염증이 없는 치아였습니다.
- 3년 신경 생존율 — 부분 제거 91%, 단계적 제거 69%(Maltz 2012)
- 5년 신경 생존율 — 부분 제거 80%, 단계적 제거 56%(Maltz 2018)
연구진은 신경 생존을 위해 굳이 다시 열어 두 번째 제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다시 여는 과정에서 신경이 드러나거나, 임시 충전 기간에 환자가 다시 오지 않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2021년 코크란 체계적 고찰도 27편의 무작위 임상시험(3,350명, 4,195개 치아)을 모아 같은 방향을 확인했습니다. 성인 치아의 깊은 충치에서 완전 제거는 단계적 제거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았고(오즈비 2.06), 단계적 제거는 선택적 제거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았습니다(오즈비 2.25). 다만 고찰의 저자들은 대부분의 연구가 소규모이고 비뚤림 위험이 높아 근거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라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Schwendicke 2021).
이 방법이 맞는 치아, 맞지 않는 치아
선택적 제거는 신경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는 치아를 위한 방법입니다. 위 연구들도 모두 그런 치아만 대상으로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이미 신경에 되돌리기 어려운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치료를 먼저 검토합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프거나, 밤에 욱신거려 잠을 깬 적이 있다.
- 찬 것이나 뜨거운 것을 먹은 뒤 통증이 수십 초 이상 오래 남는다.
- 씹거나 두드릴 때 치아 뿌리 쪽이 아프다.
- 엑스레이에서 뿌리 끝에 염증 소견이 보인다.
- 잇몸에 고름 주머니가 생겼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신경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충치를 일부 남기고 막는 방법은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찬 것을 먹으면 잠깐 시리다가 곧 가라앉는" 정도라면 신경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선택적 제거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얕거나 중간 깊이의 충치는 기준이 다르다
신경과 거리가 충분한 충치에서는 신경 노출 걱정이 적기 때문에 기준이 달라집니다. 권고안은 얕거나 중간 깊이의 충치에서는 단단한 상아질이 나올 때까지 제거해 충전물이 오래 버티도록 하는 쪽을 우선하라고 권합니다. 또 구멍이 뚫리지 않았거나 깨끗이 닦을 수 있는 초기 충치는 바로 메우기보다 세균막을 걷어 내고 관리하는 방법으로 진행을 먼저 조절하라고 합니다. 한 번 메우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 다시 갈고 더 크게 메우는 "충전의 악순환"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Schwendicke 2016).
대명치과의원은 이렇게 진행합니다
- 깊이 확인 — 엑스레이로 충치가 신경과 얼마나 가까운지 보고, 필요한 경우 3차원 입체 CT로 뿌리 끝 상태를 함께 확인합니다.
- 신경 상태 확인 — 찬 자극 반응, 두드림 반응, 평소 통증 양상을 묻고 확인해 신경이 살아 있는지부터 판단합니다.
- 제거 범위 설명 — 가장자리는 단단한 면까지 정리하고 신경 쪽은 어디까지 남길지, 신경이 드러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치료 전에 설명합니다.
- 밀봉과 교합 — 충전 뒤 가장자리 틈과 맞물림을 확인하고, 씹는 힘이 한쪽으로 몰리면 T-Scan 교합분석으로 점검합니다.
치료는 치주과 전문의 노형은 대표원장과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서세용 대표원장이 진료합니다. 충치 주변 잇몸에 염증이 있으면 밀봉이 어려워지므로 잇몸 상태도 함께 봅니다.
치료 뒤 지켜볼 것
선택적 제거 뒤에는 신경이 회복되는지 지켜보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치료 후 며칠 동안 가볍게 시린 것은 흔하지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으면 바로 알려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 시린 느낌이 점점 심해지거나 저절로 아프기 시작할 때
- 밤에 욱신거림이 생기거나, 씹을 때 뿌리 쪽이 아플 때
- 충전한 곳이 깨지거나 떨어진 느낌이 들 때 — 밀봉이 깨지면 남겨 둔 부분이 다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정기 검진 때는 엑스레이로 신경과 뿌리 끝 상태를 다시 확인합니다. 브라질 연구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일부 치아는 신경이 약해졌기 때문에, 한 번 치료로 끝났다고 보기보다 몇 년에 걸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명치과의원 진료 안내
부산 남구 못골로87 대연스퀘어 A동 3층에 있습니다. 월·수·금 10:00~18:30, 화·목은 20:30까지 야간진료, 토요일 09:30~13:30, 점심시간 13:00~14:00, 일요일·공휴일 휴진입니다. 상담 문의 051-621-2502.
참고 문헌
- Bjørndal L (2010). 성인 깊은 충치 314명 — 단계적 제거와 한 번에 완전 제거를 비교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 Eur J Oral Sci. PubMed 20572864
- Maltz M (2012). 깊은 충치 큰어금니 299개 — 부분 제거(1회) 대 단계적 제거(2회)의 3년 신경 생존 비교. J Dent Res. PubMed 22983407
- Maltz M (2018). 같은 무작위 임상시험의 5년 결과 — 부분 제거 80% 대 단계적 제거 56%. Clin Oral Investig. PubMed 28988345
- Schwendicke F (2016). 국제 우식 합의 협의체(ICCC)의 충치 조직 제거 권고안. Adv Dent Res. PubMed 27099358
- Schwendicke F (2021). 충치 제거 수준별 치료를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 27편 코크란 체계적 고찰. Cochrane Database Syst Rev. PubMed 34280957
자주 묻는 질문
충치를 남겨 두고 메우면 안에서 계속 썩지 않나요?
가장자리를 단단한 상아질까지 정리하고 빈틈없이 막으면 안쪽에 남은 세균은 영양 공급이 끊겨 활동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밀봉이 핵심이며, 충전물이 깨지거나 떨어지면 바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깊은 충치면 결국 신경치료를 해야 하나요?
신경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면 신경 쪽 일부를 남기고 막는 방법으로 신경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시험에서 한 번에 부분 제거한 치아의 5년 신경 생존율은 80%였습니다. 다만 저절로 아프거나 밤에 욱신거리는 치아는 신경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에 나눠 치료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나요?
직관과 달리 연구에서는 한 번에 부분 제거하고 바로 충전한 쪽의 신경 생존율이 더 높았습니다. 다시 열어 제거하는 과정에서 신경이 드러날 위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치아 상태에 따라 단계적 제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 뒤 얼마 동안 시린 것은 정상인가요?
며칠 동안 가볍게 시린 것은 흔합니다. 시린 느낌이 점점 심해지거나 저절로 아프기 시작하면 신경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 하니 바로 연락해 주세요.
아직 아프지 않은 충치도 바로 메워야 하나요?
구멍이 뚫리지 않았거나 잘 닦이는 초기 충치는 칫솔질·치실로 세균막을 관리하고 불소 같은 예방 처치를 더해 진행을 먼저 조절해 볼 수 있습니다. 깊이와 진행 속도를 검진에서 확인한 뒤 정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명치과의원 · 부산광역시 남구 못골로87 대연스퀘어 A동 3층 · 051-621-2502